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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

듣기만 해도 더운 매미 소리. 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를 피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 하늘을 바라보는 얼굴은 내리쬐는 햇볕을 받아 타들어 갈 것 같았고 마르지 않는 눈물마저도 뜨거워졌다. 숨을 쉴 수 없었다. 윤수는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훔쳐냈다. 

길 한가운데에서 우는 사람.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제 갈 길 가는 사람들 중에 너 하나만 나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아요? 어디 아픈 데라도 있어요? 

무어라 말할 지 예상하는 질문에 윤수는 저도 모르게 대답을 생각했다. 

‘괜찮아요.’

하지만 너는 예상과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박윤수. 일어나. 그까짓 이유로 울지마.”

 

 

 

고작 고백하기도 전에 차였다며 슬퍼하는 윤수를 이해 할 수 없다. 

오히려 네가 좋아하는 그 아이가 누구일지 궁금하기도 해. 

윤수는 한 번도 제 마음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다. 한 번쯤은 털어놔도 되잖아. 어떤 대단한 사람이길래 말해주지 않는 거야. 눈가가 붉어진 채로 고맙다 하는 박윤수. 네가 미워. 

 

아무런 대화 없이 벤치에 나란히 앉아 하늘을 바라봤다. 

너는 말없이 하늘만 보던 나의 얼굴을 곁눈으로 보다가 하늘을 바라본다. 바람 없이도 지나가는 구름. 우리의 머리 위로 그늘이 되어주는 나뭇가지와 푸른 잎들. 가만히 앉아 있는데에도 시간은 지나간다. 

“… 왜 혼자 왔어?”

“뭐?”

알 수 없는 말을 툭 던져두고 입술을 깨무는 윤수의 행동이 이상하다. 

궁금하지만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저도 모르게 한 것처럼. 

“내가 누구랑 와야 해?”

“… 남자친구.”

하. 어이없게도. 박윤수의 입에서 나온 말이 너무나도 어이없다. 

남자친구라니. 네가 어떻게 나에게 그렇게 얘기할 수가 있어. 

박윤수. 네가 내 마음속에 없었다면 네 말대로 나는 남자친구가 생겼겠지만 고백을 받고도 네 생각이 나서 마냥 좋아할 수 없었던 그 마음을 네가 알겠냐고. 채아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윤수와 같이 있을 수 없었다. 

“나 먼저 갈게.” 

아마도 오늘이 너를 좋아하는 마지막이겠지. 그럴 거면 잘해 주지나 말지. 그랬다면 울고 있는 너를 지나쳤을 텐데. 

고작 고백하기도 전에 차였다며 슬퍼했던 윤수를 이해 할 수 밖에 없다. 

 

 

 

“가지 마. 한채아.”

윤수에게 몸을 돌려 발 하나 내디뎠을 때 채아의 손목을 잡아 온다. 

가지 마. 채아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난 윤수의 잡아당기는 힘으로 서로 마주 바라보게 되었다. 채아는 눈물이 차오른 눈을 깜빡이면 눈에서 곧 떨어질 것 같아 고개를 젖혔다. 

“울지마. 잘못했어.”

손가락 사이사이로 들어와 깍지를 끼우는 윤수의 손가락이 뜨거웠다. 또르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다른 손으로 닦아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윤수의 모습에. 한편으로는 왜 너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알게 된 기분이었다. 

“이제 나에게도 기회가 있는 거지?”

“무슨 말이야.”

“한채아. 네가 좋아.”

윤수는 훌쩍이다가 당황한 채아의 얼굴을 보며 말을 이었다. 

“네가 고백받는 걸 보고 둘이 잘 되길 바랐어.”

“…근데 왜 울었어.”

“항상 네 옆자리에 내가 있었으니까.”

예전에도 지금도. 항상 채아의 옆은 윤수였다. 가까운 사이였던 만큼 좋아한다는 마음을 알아 차려주길 바랐는데 채아 역시 윤수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나 보다. 윤수는 채아의 앞에 서서 눈을 마주했다. 서로의 눈가가 붉어진 채로 눈에 비춘 자신들의 얼굴에 웃음이 나왔다.

“내 옆자리는 항상 너야. 박윤수.” 

이제껏 저 자신의 솔직하지 못했던 마음에 용기라도 생겼는지. 윤수의 깨물고 있던 입술이 채아의 입술에 닿았다 떨어진다. 

“옆에서는 이렇게 할 수 없어.”

깍지를 끼운 손바닥에 땀이 난다. 빼 내려는 손을 더 힘주어 잡아 오는 윤수에게 대답을 해야만 했다. 무슨 말이 나올까. 채아의 입만을 바라보며 침을 삼키는 윤수의 시선을 더는 피할 수 없다. 

“나도 좋아해. 박윤수.”

 

 

호감이 생기는 이유는 그 사람이 나와 닮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랬다. 

마음에 솔직하지 못해서. 그렇기에 너에게 끌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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