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음
박윤수의 저택이 있던 그 자리는 텅 빈 상태로 저택이 있었다는 것만 나타내는 흔적들만이 바닥에 남아있었다. 눈을 떠보니 여기에 있던 상태였다.
한채아는 아까 전부터 정상적인 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분명 박윤수와는 모든 것을 정리했고 다시는 엮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채아는 이 모든 일을 박윤수가 행했다고 생각했다.
“박윤수! 너 보고 있지 빨리 나와!”
소리를 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떻게든 어둡고 광활한 이 공간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움직였다.
한채아는 계속 걸었다. 계속, 계속하지만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한채아는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는 박윤수가 했던 온갖 말들을 떠올리며 지금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빨리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미칠 지경이었다. 조금씩 들려오는 여름밤의 풀벌레 소리, 흙냄새. 그것들로 한 채아는 자신이 밖에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것들은 알 수 없었다.
내가 뭘 잘못해서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거야?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여자는 자리에 멈춰 섰다.
‘날 믿어 한채아’
순간 박윤수의 말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자신을 믿으라고? 여태껏 나한테 한 일들을 그냥 두고?
아니 믿을까?
믿으면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쟤가 날 도와주기나 하겠어?
웃겼다 그냥 이 모든 것이
다시 깨질듯한 두통에 한 채아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눈을 뜬 한채아는 익숙한 자신의 방 풍경에 웃음을 지었다.
내가 결국에 너를 믿었구나 박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