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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고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한 고등학교의 2-5반 한채아와 박윤수, 유명한 아이들이었다. 어릴때부터 소꿉친구이며 항상 티격거리면서 같이 다니는 둘이었다. 그렇기에 오해하는 친구들도 많았고 남녀가 친하면 듣는 질문도 항상 들어왔다.

 

“너네 둘 사귀는거야?”

“뭔소리야 그거 아니야”

“아니야 우리 사귀는거 맞아 그치 채아야?”

“이 새끼 또 왜이래 거짓말 하는거야 그냥 무시하고 가면 돼”

“어...응 알겠어 말해줘서 고마워”


 

“아 박윤수 거기서 그렇게 말하면 어떡하냐고 또 나만 이상한 소리 듣게 생겼잖아”

“누가 너한테 이상한 소리를 하는데 데려와”

“웃기지마 너 저기 떨어져서 걸어”

“한채아 나 조금 상처받아”

“어 상처 받던지”

 

한채아의 말에 박윤수는 한채아의 어깨에 손을 두르면서 걸어갔다. 아무리 그렇게 틱틱대도 한채아가 밀어내지 않을 것을 알기에 나온 행동이었다.

 

한채아도 뭘 더 바라겠냐고 중얼거리곤 한숨을 쉬고 계속 걸어갔다.

 

박윤수와 한 채아의 역사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시작됐다. 우연히 같은 반이 된 이후로 중학교 1학년때 다른반이 된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 같은 반이었다. 총 9년동안 봐온 둘은 서로가 지겹기도 했지만 그만큼 없어서도 안될 존재였다.

친구들은 항상 채아한테 물어왔다.


 

“채아야 넌 윤수한테 한번도 설렌 적 없어?”

“내가 걔한테?”

“아니 윤수면 잘생겼고 둘이 어렸을때부터 봐왔으니까 그런 적 한번도 없을까 해서...다른 애들에 비해서 유독 너만 더 챙겨주기도 하고”

“글세 그냥 오랫동안 알아서 그런거 아닐까? 난 설렌적은 없는거같은데”

“그래...? 알겠어”

 

사실 아예 없다는건 거짓말이었다. 그냥 익숙함에서 오는 다정함이 가끔씩 아주 가끔씩 설렜다는건 그냥 나만 알고있을 얘기였다.


 

사실 박윤수입장에서 보면 조금 달랐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을 차리니 한채아를 좋아하고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냥 언젠가부터 눈이 계속 걔를 좇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조금은 모르는척 우정으로 치부하면서 챙겨주던 그런 짓궂은 기억이 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한채아를 박윤수에게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였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맴맴거리는 매미소리와 함께 찾아온 여름이 가을바람을 조금씩 살랑이며 데려오고 있었다. 조금씩 시원해지면서 둘 사이에도 조금은 다른 바람이 불어왔다.

 

박윤수는 조금 더 노골적으로 티를 내기 시작했다. 제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한채아가 그정도를 못알아챌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박윤수 너 나 좋아해?”

“다짜고짜 찾아와서 이게 무슨 소리야”

“대답이나 해. 너 나 좋아하냐고”

“왜?”

"네가 자꾸 헷갈리게 굴잖아.”

“한채아 너 나한테 설렜어?”

“아니 갑자기 그걸 왜 물어”

박윤수는 놓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설레라고 한 건데 안 설레면 다른 걸로 바꿔야지”

“뭐...?”

“왜”

“아니 잠시만 너 나 좋아해? 진짜로?”

“몰랐어? 꽤 티 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넌 설렌 적 있어?”

한채아는 데자뷔를 느끼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없어... 됐다 나 간다”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박윤수는 속으로 조금 웃음을 삼켰다. 아 여기서 웃으면 한채아 무조건 삐져

“내 얘기는 안 듣고 가는 거야?”

“내... 가 네 얘기를 왜 들어야 하는데”

“한채아 너 티 나 솔직히 설렌 적 있지?”

“아 있다 그래 있다고. 이렇게 다 털어야 시원하냐?”

빨개진 한채아의 얼굴을 본 박윤수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좋네, 이제 너 알았으니까 앞으로 티 내고 다닐 거니까 알고 있으라고”

“뭐? 야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어디가 박윤수!”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잔뜩 덧칠된 사랑이 시작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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